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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문 1998년 10월 12일 월요일 12쪽


딴지 운영자 김어준씨 '삐딱한' 인터뷰

"권위와 근엄에 대한 반동...내 식대로 표현"

인기 상승세인 '삐딱이' '딴지일보'의 운영자 김어준(30)씨에게 '삐딱한' 질문을 던져보았다.

질문 1. 돈도 안되는 이런 일을 왜 하는가?


아이엠에프(딴지일보 용어로는 암에프) 여파로 일거리를 잃어 이틀 정도 집에서 놀다가, 평소 정말 하고 싶던 일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별 생각없이 쉽게 시작했는데 네티즌의 호응은 나도 놀랄 만큼 폭발적이었다. 권위나 가식이 없는 정치/사회 시사풍자의 홈페이지(홈페쥐)를 내 식대로 꾸미고 싶었다. 노예를 빼고 누구나 당당한 발언권이 있던 아크로폴리스 민주주의가 인터넷의 '디지털 아테네' 정신으로 구현될 수 있다는 거창한 생각도 해봤다. 나는 내 말투로 나의 발언을 할 뿐이다. 이게 싫은 사람은 안보면 그만이다.

질문 2.글에 욕설과 똥 관련 얘기가 너무 많다. 유치하고 저급하다는 말을 듣지 않나?


우리 사회의 어떤 매체도 근엄하고 진지한 것만 다룬다. 획일적이다. 먹고 싸고 까발리는 얘기는 아무도 안한다. 우리에겐 대중 성인잡지도 변변찮다. 딴지일보가 유일한 경쟁지로 내건 <선데이 서울>은 사실 우리 사회의 성인문화에 큰 구실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또 <태권 브이>처럼 명작 만화영화도 있었지만, 지금 우리의 만화산업은 근엄과 진지함의 문화에 질식해 버렸다. 딴지일보는 이런 권위와 근엄에 대한 반동이다. 심한 욕설은 쓰지 않는다. 일상대화에서도 자주 쓰이는 네가지 욕만 쓴다.(네 가지가 무엇일까요?? 다들 한 번 찾아보세요)

질문 3.오락거리나 말장난에 불과하지 않을까? 재미만 좇다보면 선정주의, 황색저널리즘에 빠진다. 생산적인 일은 못되는 것 아닌가?


새로운 사실을 알리는 것은 언론매체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딴지일보는 기존매체가 '폼 잡고'하는 말의 가식을 벗고 솔직하고 노골적으로 밝히는 것이다. 욕설이 등장할 수도 있다. 그리곤 우리 사회의 시사풍자를 거침없이 확 묘사하는 것이다. 딴지일보의 지식층 독자들도 이런 점을 좋아한다. 평소 직장에서, 연구실에서, 신문/방송을 보며, 하고 싶고 듣고 싶던 말과 이미지를 풍자글과 합성사진으로 볼 수 있으니까.

질문 4.비꼬기,삐딱이가 과연 인터넷의 정신일까?


인터넷은 애초부터 막힘이 없다. 인터넷은 주류매체를 갖지 못한 젊은 사람들이 주도해 태어났다. 이런 정신엔 '모든 정보는 공개되고 공유돼야 한다'는 생각이 배어 있다. 비판과 비꼬기는 이런 사람들의 인터넷 언더그라운드 문화이다. 풍자는 종합무화를 더욱 다양하고 풍성하게 일구는 구실을 한다고 믿는다.

오철우 기자